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 퇴임…연평도에 해병 북카페 열어

지난 6년간 천안함재단을 이끌어온 조용근 전 이사장이 임기를 마치고 지난달 말 재단을 떠났다.

그는 천안함재단이 설립되던 2010년 과거 세무공무원으로 일했던 경험과 석성장학회를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이사장 자리를 맡게 됐다. 어려운 자리라 거듭 고사했지만 주변의 부탁을 뿌리칠 수 없어서 시작한 일이다. 이왕 맡게 된 일, 사회에 봉사하자는 마음뿐이었다.

그는 용사 46명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지원하는 사업을 맡아오면서 보람 있는 순간, 아쉬운 순간이 켜켜이 남아 있다며 소회를 전했다.

"살아남은 장병 중 일부는 여전히 극심한 트라우마로 힘들어합니다. 하지만 살아남은 장병들은 자신의 역할을 다한 영웅입니다. 이들이 사회에 잘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입니다."

조 전 이사장은 몇 해 전 만난 한 생존 장병의 아들이 마음에 아프게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일곱 살 된 아이가 한 번도 아빠와 함께 생일을 보낸 적이 없다고 말해 깜짝 놀랐어요. 아이 생일이 3월 26일인데 아빠는 그날마다 동료들을 추모하러 대전현충원에 가야 한다더군요. 아이는 생일날 아빠와 함께 지내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습니다."

조 전 이사장은 이 이야기를 부대 지휘관에게 전하며 간곡히 부탁했다. 이제는 아이 생일날 아빠가 함께 있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살아남은 가족들이 더 이상 마음의 멍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생존 장병들도, 그들의 가족들도 이제는 편안해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천안함과 관련된 가족들이 갈등을 털고 모두 하나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조 전 이사장은 과거 재단의 일을 맡으면서 안타까웠던 순간에 대한 심정도 전했다.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일을 맡았는데 진심이 왜곡되고, 그게 마치 사실인 것처럼 알려졌을 때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과거 그는 자신의 자서전을 재단 예산으로 구입해 해군에 기증한 일과 군부대 강의 그리고 KBS 사장 퇴직 당시 재단 돈으로 황금열쇠를 선물한 일로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책을 쓰고 난 후 해군에서 책을 보내 달라는 연락이 왔어요. 당시 유족들의 동의를 얻었고, 나중에 보훈처 조사에서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죠. 이후엔 책도, 배송비도 사비를 들였는데 지금도 사람들이 잘못된 보도만 기억하고 있어 답답합니다."

또 그는 논란이 됐던 군 안보 강의도 강의료 전액을 계속 기부해왔고 논란이 됐던 황금열쇠도 KBS의 도움으로 거액의 국민성금이 모아졌기 때문에 유족들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이라고 했다.

"저도 사람인데 울컥할 때가 많았죠. 가족들은 제가 이렇게 속상해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차라리 모든 일을 다 그만두라는 말까지 하더군요."

조 전 이사장은 이런 마음고생도 있었지만 가슴 한편엔 늘 바다를 지키는 장병에 대한 고마움이 가득하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초부터 모아온 자신의 용돈과 연금 1600만원으로 지난달 말 연평도에 작은 북카페를 하나 열었다. 지난해 DMZ 북카페 개설에 이어 두 번째다. "서해 NLL 최전방을 사수하고 있는 해군 장병들에게 작은 휴식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에 책 450권을 마련했습니다. 근무에 지친 장병들이 보람된 병영생활을 만들어가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