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모르던 철부지 실수 연발…심려끼쳐”

철부지 세무공무원의 버릇없는 장난(?)

집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에 위치한 첫 출근지 대구서부세무서는 그 유명한 서문시장 부근에 있는 달서공원 정문 앞에 자리잡고 있었다.

당시 대구 시내에는 대구 서부, 중부, 동부 세무서 등 3개의 세무서가 있었다. 그 중 대구서부세무서는 당시로서는 비교적 세원이 많은 관서로 알려졌다. 서울에는 영등포세무서, 부산에는 동래세무서, 대구에는 대구서부세무서 등이 전국적으로 공장 밀집지역이라서 그런지 세수 규모도 큰 세무서였다.

참고로 66년도 개청 당시 국세청의 연간 전체 세수 규모는 700억원도 채 되지 않았다. 이는 지금의 시골 세무서 한개 세무서 세수보다 적은 규모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지난 50년간 엄청나게 크게 확장된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겠다.

필자가 처음 출근해 보니 임용 동기들이 모두 10명 내외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대부분 필자보다 많게는 열살, 작게는 다섯살 이상 많은 대학 졸업자들인 반면에 필자와 같은 약관 20세 나이 또래도 2명이나 있었다.

국내 유수한 대학을 졸업한 인생선배들로서 군복무까지 마친 분들이라 세상 물정에 밝고 공직자로서의 자격을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

이에 비해 필자의 경우에는 공직사회에서 통하는 공직 마인드가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은 그야말로 철부지 어린애였다. 쉽게 이야기하면 군대도 갔다오지 않은 청소년기를 갓 넘긴 햇병아리 철부지였다고나 할까?

지금 되돌아 보면 공직자가 되려면 먼저 공직자 마인드를 갖춰야 하므로, 단순히 시험에 합격했다고 바로 현장에 배치할 것이 아니라 일정기간의 충분한 소양교육을 거쳐 완전한 공직자 마인드를 갖춘 후 실무현장에 종사하게 하는 것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필자가 세무서에서 실시한 며칠간의 간단한 직무 소양교육을 받은 후 처음으로 배치받은 부서는 조사과 조사계였다.

조사과라고 하니 무시무시한 부서인 것 같지만 당시 새로 태어난 국세청으로서는 원시적인 세무기법을 탈피해 세금부과업무의 기본이 되는 과세자료 수집업무를 체계화해 보다 근거과세 확립에 역점을 두기 위해 개인세과나 법인세과와 같은 부과과와는 별도로 세무조사 전담 부서를 신설한 것이다.

그 조사과에서는 과세자료 수집을 전담하는 조사계와 세무 사찰 업무를 전담하는 사찰계로 나뉘어 업무를 관장하고 있었다. 참고로 당시는 과세자료를 지금과 같이 전산에 의한 세금계산서 제출형식이 아닌 모두를 수동으로 작성, 수집하고 있었다.

즉 납세자가 매월 판매하거나 비용을 지급하게 되면 ‘판매 (영수)보고서’와 ‘지급보고서 명세서’를 세무서에 제출하도록 하고 이를 제출받은 세무서에서는 직원들이 일일이 판매 또는 지급자료전을 직접 작성해 거래상대방 관할 세무서로 보내어 과세에 활용하도록 하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수동식 자료교환 방식으로 과세에 활용하는 다소 엉성한 시스템이였다.

필자가 처음으로 배치받은 조사과 조사계에서는 매일 하는 업무가 영수, 지급보고서 자료전 작성업무였다. 그리고 가끔은 필자의 사수가 되는 선배님과 함께 해당업체에 출장해 영수, 지급보고서명세서가 제대로 제출됐는지 확인하는 출장업무도 병행했다.

그러나 필자는 그때까지도 세법에 열거돼 있는 전문적인 세무용어가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또 철부지 시절이라 퇴근후에는 대학에 다니는 정들었던 친구들을 만나면 때때로 공직자의 신분을 망각할 때도 있었다. 그야말로 공직자 마인드가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가끔은 필자의 어리석고 단순한 성격을 이용해 관내 업체에서는 의도적으로 식사 대접을 해줄 때도 있었는데, 필자는 이를 지혜롭게 잘 다스려야 함에도 그만 실수를 범할 때도 더러 있었다. 또 필자가 고생한다고 하여 무작정 약간의 금품을 주는 때도 있었는데 그 때마다 사리분별을 잘해야 했었는데 주는대로 받다 보니 나중에 문제가 될 뻔했던 적도 있었다. 비록 그것이 큰 액수는 아니라 할지라도….

어쨌든 약관 20세 나이였으니 참으로 지금 생각해 봐도 어리석은 철부지 시절이였다.
그러나 그런 실수 등으로 인해 필자 자신이 점점 단련돼 갔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필자가 모시던 상사분들에게 다소간의 걱정이나 부담을 드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 그분들이 아직도 살아 계신다면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생각과 함께 용서를 구하고 또 따뜻한 식사라도 한번 대접하고 싶은 심정이다.

<계속> -매주 水·金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