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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4-01 14:49
[연재]황수웅 차장 “당신 곧 영등포서장 발령날거야"<2015.04.01>[세정신문]
 글쓴이 : 세무법인석성
조회 : 2,424  

“여의도 평정 다 했지?”

“조 서장! 오랜만이네. 왜 그동안 전화 한통 없어? 근무는 잘 하고 있지? 그런데 당신 영등포 좀 다녀와야 되겠네.”

2000년 6월 중순경, 늘 그렇듯이 친동생같이 대해 주시는 황수웅 차장께서 모처럼 전화를 주셨다.

“예? 자주 전화 못 드려 죄송합니다. 영등포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그게 아니라 당신 곧 영등포세무서장으로 발령날 거야. 그래서 말인데 조금 있으면 안정남 국세청장께서 당신한테 전화하실 텐데 영등포로 갈 거냐고 물으시면 안 가겠다고 하지 말게. 알았지? 자주 연락하게나. 그럼 전화 끊을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중부서장으로 발령받은 지 불과 5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아무런 이유 없이 또다시 자리를 옮겨야 한다니….

참고로 당시 영등포세무서장은 10여년 전에 필자와 국세청 재산세과에서 함께 근무했던 행정고시 출신으로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세무서장이었다.

그런데 데리고 있던 직원의 비리가 터지자 이에 대한 관리감독문제로 다른 곳으로 발령을 내려고 하니 이에 반발했다고 한다. 이것이 화근이 되어 그만두게 된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장래가 열려 있는 젊은 엘리트 간부를 그만두게 한다는 것은 심한 징계조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영등포 직원들 역시 세무서장이 그만두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자 다소 불쾌한 시선들이었다.

어쨌든 필자는 중부세무서장 자리를 6개월도 채우지 못한 채 또다시 영등포세무서장으로 옮겨야 했다. 그래서 부임인사때 무엇보다 이들을 위로해 주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전임 서장과는 대학 선‧후배로서 형제같이 가깝게 지내는 사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니 동요치 말고 조직을 위해 열심히 일해보자고 설득했다.



당시 영등포세무서는 지금도 그렇지만 전국에서 세수 규모가 제일 큰 세무서로 당시 약 10조원 가까이를 거두어 들였다. 또다른 한편으로는 방송 3사와 국민일보 등 유수 언론사들을 관장하고 있어 일선 세무서장으로서는 가장 힘이 드는 세무서이기도 했다. 특히 방송 3사와는 늘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거의 매일 보도국 간부들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를 하기도 했었다. 그렇다 보니 내부 업무는 모두 과장들에게 맡기고 오로지 외부 일에만 열중했다.

특히 국세청 관련 사건사고 보도가 있게 되면 가장 먼저 달려가 잘못된 보도(?)가 되지 않도록 설득도 해야 했다. 마치 군대로 따지면 5분 대기조와 같은 일이었다.

그런데 1년전만 하더라도 이곳 여의도에는 여의도세무서가 별도로 있었는데 국세청 제2의 개청과 더불어 영등포세무서에 통합되었으며 여의도세무서에서 쓰던 사무실 중 일부는 조사과 사무실로 나머지 일부는 국세청장의 별도 집무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어느 날 당시 안정남 국세청장께서 국회에 출석하시는 도중에 잠시 휴식하기 위해 이곳에 오셨다. 그리고 갑자기

“조 서장! 여기에 온지 얼마나 됐나? 이곳 여의도 평정 다 했지?”
“예! 2주 되었습니다만, 아직….”
“빨리 해!”

그런 일이 있은 후 일주일이 흘렀다. 갑자기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세무공무원 비리와 관련한 수사발표를 하면서 동시에 전 언론사에 동시다발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내용인즉 어떤 지방청 소속 조사관이 양도소득세 감면과 관련하여 1억원 이상의 큰 뇌물을 받아 그 중 일부는 조직폭력배에게 떼주었다는 내용이었다.

그 날 점심때 국세청장실로부터 긴급전화가 왔다. 빨리 막으라는 지시였다. 먼저 방송 3사 담당부장들에게 가서 사정 이야기를 했다. 관할 영등포세무서장으로 부임해 온 지 20여일밖에 되지 않았으니 부임선물로 선처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드렸다.

두군데 방송사에서는 보도를 안 할 수 없으니 오후 4시와 5시 뉴스 시간에 살짝 내보내겠다고 약속해 주었다.

그런데 나머지 한군데 방송사에서는 손톱도 들어가지 않았다. 담당 부장이 필자의 고등학교 후배인 데도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심층보도까지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시계는 오후 6시가 되어 가는데 국세청장실을 비롯해서 몇 군데에서 어떻게 됐느냐고 계속해서 독촉전화가 왔다.

필자는 몹시 화가 났다. 나도 죽을 지경인데 실상도 모르고 독촉전화까지 해대니…. 어쨌든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인맥을 총동원했다.

그랬더니 6시30분경 그 방송사 담당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7시 저녁 뉴스에서 뺐다는 것이었다. 즉시 국세청장실로 보고드렸다.

그랬더니 9시 메인 뉴스에도 나가지 않도록 계속 챙기라는 것이다. 알겠다고 보고드리고 9시까지 계속 세무서장실에서 대기했다. 다행히 9시 메인 뉴스에도 빠졌다. 뉴스가 끝나자마자 또다시 보고드렸더니 11시 마감뉴스도 챙기라는 것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11시까지 계속 대기했다. 이것도 무사히 지나갔다. 자정쯤에 세번째 보고드렸다.

“조 서장! 수고 많았네. 그런데 마지막으로 내일 아침 6시 뉴스 시간에도 안 나가도록 신경 써주게!”

다음날 아침이 되자 역시 무사히 지나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보고도 안 했다. 그런데 아침 9시경 국세청장실에서 전화가 왔다.

“조 서장님! 어제 밤에 정말 고생 많았지요? 조금전 안정남 국세청장께서 미주지역 국세청장회의 참석차 공항으로 떠나시면서 조 서장님 이야기를 하셨답니다.”
“내가 조용근 서장 그 친구 영등포서장으로 잘 갖다 놓았지? 정말 수고 많았다고 전해주게….”

얼마전 이것 때문에 여의도를 빨리 평정하라고 하셨던가?

<계속>-매주 水·金 연재-


[연재]'나는 평생 세금쟁이'(41)<2015.04.01>[세정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