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Matthew)의 후예들 (1) -세금쟁이 천사들이 만든 나눔과 섬김의 틀-

공보관 직책을 떠난 지 어언 1년이 되어 가는 데도 손영래 국세청장께서는 여전히 편치 않은 언론사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필자로 하여금 공보관을 도와 뒤에서 계속 챙기라는 지시가 있었다.
필자의 성격상 이를 거절할 수 없는 입장이다 보니 틈만 나면 언론사 핵심 간부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해서 껄끄러운 국세청과의 관계가 원만해 지도록 하는데 힘을 쏟았다.

그러나 문제는 필자의 호주머니 사정이었다. 지난번에도 고백했지만 살고 있던 빌라 집을 팔아서 보탤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런 고충을 계속 겪어야 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대민 접촉이 거의 없는 필자에게 누구 하나 찾아와서 밥 한끼 사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도 마음만은 편안했다.

여기에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세금쟁이 현직을 마감할 날도 얼마 남지 않다 보니 명예롭게 은퇴하는 것도 하나의 숙제였다. 거기에다 새로운 삶을 위해서라도 무언가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는 내 개인적인 발전만을 위해서 살아 왔지만 앞으로 다가 올 인생 후반전은 나보다 이웃들을 생각하는 보람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이렇게 이웃을 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내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동안 아내와의 잦은 갈등들을 회복하기 위해 몇년전부터 ‘부부 행복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다. 이렇게 시작하여 몇년간을 이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다 보니 이제는 부부치유 문제에 대해서는 숙달된 조교(?) 수준까지 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이제는 우리 관계도 많이 회복되었으니 아직도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부들을 상대로 부부사랑 모임을 만들어 보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나도 당연히 오케이(OK) 였다.

그래서 먼저는 나와 함께 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권유해 보았더니 10여명의 직원들이 적극 참여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을 필자의 집으로 초대해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각자가 안고 있는 부부 문제와 자녀 문제까지를 함께 풀어보자고 했다.

더 나아가 주위에 있는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일도 함께 해 보자고 했다. 그랬더니 모두들 공감해 주었고 심지어 어떤 친구는 뜻이 너무 좋다고 하면서 자기가 직접 모임의 회칙(會則)도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작은 씨앗이 되어 우리 직장이 달라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까지 했다.

필자와 아내는 참으로 기뻤다. 그러면서 필자는 며칠간의 노력 끝에 이 모임에 걸맞는 귀한 이름까지도 얻게 되었다.

“마태(Matthew) 모임”

모두들 어리둥절했다. 필자는 그 뜻을 설명해 주었다. 세계 역사 기록에서 가장 오래된 공무원이 있었다면 아마도 그것은 세금쟁이가 아닐까 한다.

2천년 전에 쓰여진 성경에도 자주 등장하는 공직자가 있었으니 다름아닌 세금쟁이였다. 그 중에는 오늘날의 세무서장에 해당하는 ‘삭게오’도 등장하고 또 ‘마태(Matthew)’ 라는 분도 소개되고 있었는데, 특별히 그 ‘마태(Matthew)’ 선배님은 ‘고전 중에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마태복음서’를 쓰신 분이었다.

그렇지만 그분들은 그 유대인 사회에서 죄인의 대명사였다.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제국의 속국(屬國), 즉 식민지였는데 이 세금쟁이들이 자기 동족(同族)으로부터 세금을 거두어서 할당받은 목표액을 로마제국에 바치고 나머지는 자기가 챙기는 어찌 보면 매국노(?)라고 할 수 있었으니 당연히 죄인으로 낙인찍힐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죄인의 대명사로 불리는 ‘마태’나 삭게오 선배님은 예수님을 만나서 전혀 다른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특히 마태 선배님은 자기 자신을 ‘세금쟁이’ 출신이라고 자기가 기록한 책에서 당당하게 표현했었다.

필자가 그 때 마태 선배님을 특별히 소개한 것은 무슨 개인적인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 세금쟁이들은 다른 공무원들에 비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우리는 하나다(We are one in the world)”라는 강한 동질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선배님 이름을 따 본 것 뿐이었다.

드디어 2003년4월4일, 마태 모임의 문을 열었다.

당시 참석자 대부분은 현직 세금쟁이 부부들이였으나 예외로 MBC 허무호 기자(지금은 MBC 사회부장) 부부가 있었다. 허 기자는 필자가 공보관 시절에 국세청 출입기자로 만났는데 필자를 매우 따랐던 중학교 후배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 부부의 어린 두 딸을 필자가 친손녀 같이 대해 주었기 때문에 가족 같은 신분으로 우리 모임에 함께 하게 됐다.

나중에는 이 소문을 듣고 현직 경찰서장이나 언론인 등을 비롯해서 심지어 호텔 직원 등 다양한 계층에서도 이 귀한 모임에 합류하게 됐다.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그 7년간의 마태 모임에서 우리가 만들어 냈던 감동적인 몇 장면들을 독자 여러분께 소개해 보고자 한다.

“2천년 전 대(大)선배님이셨던 마태 선배님!
저희들도 선배님을 본받아 한줄기 빛이 되어 정신적으로 멍들어가는 암울한 이 세상을 환하게 밝혀 볼까 합니다. 도와주시고, 성원해 주십시오.”

-매주 水·金 연재
-'나는 평생 세금쟁이'-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