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25일 11면

[ 심층 인터뷰 ] 세금 징수자에서 기부자로 바뀌다.

‘남을 도울 때는 작은 것부터, 지금부터’라는 말이 조 회장의 나눔의 원칙입니다. 나눔과 섬김을 하는 데 부자일 필요는 없습니다.

조 회장이 국세청에 근무했던 35년전 책상 위에 작은 동전통을 올려 놓으면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그 때가 한국세무사회․세무법인 석성의 조용근 회장이 나눔과 섬김의 전도사로서 평생의 삶을 걷기 시작한 때이다.

그가 처음 공무원생활을 시작한 후 조 회장은 사무실에 출근할 때마다 동전통에 동전을 넣었다.

요즈음 조 회장은 강연을 하면서 받는 수입금은 물론 매일 아침마다 동전통에 1만원씩을 넣고 있다.

조 회장은 세무상담을 받기 위해 사무실을 방문하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하도록 하고 있다. 동전통에 모아진 돈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증한다.

세무법인에 근무하고 있는 조 회장은 ‘석성’이라는 장학재단을 1994년 설립했다.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작은 금액으로부터 시작됐고 ‘석성’은 부모의 이름에서 따왔다.

또한 조 회장은 노숙자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1991년에 설립된 봉사단체인 ‘밥퍼’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해 오고 있다.

그의 기부활동은 다양하다. 금년 초 몽골세무사협회를 방문했을 때 그는 몽골 세무사의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오는 11월에는 조 회장과 직원들은 석성 창립 5주년 기념행사로 캄보디아를 방문하여 캄보디아 1호 밥퍼센터를 열 계획이다. 조 회장과 회사는 이 프로젝트에 5천만원을 기부할 예정이다.

작년 10월 딸의 결혼식에 참석한 가까운 친지들 다수로부터 받은 축의금 5천만원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했다.

축의금이라는 것이 공무원에게는 뇌물로 의심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 축의금으로 인하여 어떤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질 수도 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사회에 환원된다면 축의금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지 않았다. 때문에 그의 동생이 영양실조로 죽었을 정도로 어린 시절 궁핍한 생활을 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자신의 과거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나눔을 실행함으로써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가 2001년 국세청 공보관으로 근무하면서 정부의 세무조사 때문에 중앙일보 등 한국의 언론사들과 충돌이 있었을 때에도 그는 봉사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남을 돕는 조 회장의 열정은 자녀에도 이어졌다.

치과의사인 조 회장의 딸은 첫 월급으로 받은 215만원에서 200만원을 아버지의 장학재단에 기부했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 회장은 세무공직자들은 거두어 들이는 데에만 익숙해져 있는데 먼저 베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나눔과 섬김에서 회장님의 철학은 무엇입니까?

[답] 이러한 질문을 받을 때 저는 'give, and take'라고 말합니다.

'give and take'는 대개 협상을 의미합니다만 'give' 다음에 콤마를 찍으면 'give, and take'가 되는데 이건 전혀 다른 의미가 됩니다.

콤마 하나 때문에 주는 사람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이 받는다 라는 의미로 그 뜻이 달라집니다.

사람들은 먼저 주는 데 인색합니다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입니다. 주는 댓가로 무엇을 받으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give' 다음에 콤마를 찍은 겁니다. 그 뜻은 먼저 주어 보라는 간절한 바람의 표시입니다.

[문] 나눔에 있어서 회장님의 원칙과 소신은 무엇입니까?

[답] 나눔에 대해 저는 다섯 가지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 지금부터다. 둘째, 나부터이다. 셋째, 여기서부터다. 넷째, 작은 것부터 시작해라. 다섯째, 무엇보다도 실천가능한 것부터 해라.

사람들은 부자가 돼서 남는 돈이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남을 돕는데 큰 돈이 필요한 게 아니고 의지만 있으면 됩니다. 또 그렇게 맘을 먹으면 즉시 행동해야 합니다.

적당한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리지 마십시오. 적당한 때 같은 건 없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부자가 되면 돕는다고 합니다. 내가 장학재단을 설립했을 때 나는 공무원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적은 금액일지라도 저는 기부했습니다.

지금은 기부할 게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기부할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 즉시 시행해 보십시오. 그럼 누군가가 당신의 도움을 받았다고 할겁니다.

[문] 요즈음 봉사활동이 많습니다만, 무엇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십니까?

[답] 기부를 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 한 번으로 끝나는 건 마음에서 우러나왔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한 일이 헌신적이고 성실히 보이기 위해서는 지속적이어야 합니다.

[문] 전직 세무공무원으로 인생을 이러한 명분에 희생하기에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옛 동료에게 한 말씀 해주시겠습니까?

[대] 공무원들은 국민에게 봉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여 전체가 종종 비판을 받습니다.

그건 공무원이 직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공무원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국민과 소통해야 합니다.

내가 국세청을 퇴임하고 나서 보니 현직에 있을 때 정말 국민에 대하여 부족한 것이 많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회에 나가서 절실하게 느낀 것은 서민을 위해 많은 정책을 펴는 것도 좋지만 국민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진실한 문장 하나가 납세자의 태도를 바꾸는데 더 효과적이 아니겠나 라고 느꼈습니다.

세무공무원은 세금을 매겨 국민으로부터 돈을 받아내는 데는 능숙한데 반해 주는 데에는 비교적 인색합니다.

지금이라도 공무원들은 은혜를 입은 사회에 감동을 돌려주는 방법을 배우는 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이호정 기자 [ojlee8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