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

6일 서울 서초동 세무법인 ‘석성’에서 만난 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은 재단 운영의 목적과 포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조 이사장은 “천안함재단은 단순히 성금으로 만든 재단이 아닌 국민들의 마음 하나하나가 모여 만들어진 국민의 재단”이라며 “특히 재단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항상 두렵고 떨리는 마음을 갖고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안함재단은 지난해 3월 26일 침몰한 천안함에 승선, 희생된 장병을 기리기 위해 국가보훈처의 인가를 받아 설립됐다. 현재 천안함 유가족 지원사업과 생존장병 지원사업, 호국정신 선양사업 등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천안함 재단 이사장을 맡은 경위와 현재 운영 상황은.

“지난해 5월 KBS 주관으로 천안함 피격 사건 희생자를 돕기 위한 국민성금을 모금할 당시 한국세무사회장으로서 회원들이 모금한 2300만원을 기탁했다. KBS 측이 국민의 성원으로 모인 성금을 헛되이 쓰지 않기 위해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을 선정해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 그 자리에 계시던 분 중 한분이 제가 세무공무원이었던 점을 알고 투명하게 재정 운영을 할 것으로 판단해 추천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재단은 초등학생의 코 묻은 돈, 전우애가 깃든 돈 등 국민의 마음으로 만들어졌다. 때문에 재단의 재산을 한푼도 헛되이 쓸 수 없다. 실제 각종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재정 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이 같은 이유로 국민 누구나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재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이사장이라면 의례 있을 법한 법인 카드도 없다. 판공비 등도 일절 받지 않는다. 오히려 직원들의 회식비, 휴가비 등을 사비로 충당했다. 매 순간 자원 봉사자의 기분으로 재단 운영에 참여한다.”

-천안함 재단의 지난 1년 공과에 대해.

“지난 3일 천안함재단 설립 1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국민들의 성원으로 모인 성금 395억여원 중 천안함 유족과 고 한주호 준위 유족, 금양98호 유족에게 250여억원을 지급했다. 남은 돈을 재원으로 재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안보교육 등에 유용하고 있다. 생존 장병 58명의 명예회복과 사회 복귀 지원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 1월 21일 생존 장병들을 초청해 1인당 500만원씩 격려금을 전달했다. 내년부터는 생존 장병의 직장 알선 및 장학금 지원 사업을 고려 중이다.

안보의식 고취를 위해 젊은 층을 대상으로 1박 2일 백령도 현지답사를 실시했다. 참가자들의 호응이 매우 좋아 준비한 사람으로서 기뻤다. 다만 해군 함정 지원 등의 문제로 자주 가지 못해 아쉬운 점도 있다. 이 같은 문제로 최근 안보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는 당일 투어를 실시하고 있다. 당일 투어는 평택 2함대 사령부 내 서해 수호관 등을 견학하는 것이다. 1차례 투어를 실시했을 때 반응이 좋아 내년부터는 정례화시킬 예정이다. 지난달 11일(해군창설 기념일) 해군으로부터 명예 해군증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다. 현재 재단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받은것 일 뿐 재단을 만들 수 있게 도와준 국민들에게 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어려운 일인데도 흔쾌히 수락한 이유는.

“국민들의 마음으로 만들어진 천안함재단을 이끄는 것이 사실 쉽지만은 않다. 작은 실수에도 많은 이들에게 질타를 받을 수 있음도 분명하다. 이는 재단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쁜 일과 못된 일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걸 재단 운영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재단을 유리알과 같이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힘들다고 해서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고 누군가는 책임 있게 일을 수행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에서 이사장 직을 수락한 것이다.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사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유익하다면 스스로도 삶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어 만족한다. 더욱이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 남과 공존하고 그 안에서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 일을 시작했다.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는 연장선이다. 눈앞에 할 일이 있고 그것이 나눔이라면 솔선수범해 바로 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천안함 재단이사장이 아닌 개인 조용근의 삶 지향점은.

“삶에서 지향하는 바는 ‘나눔’과 ‘섬김’이다. 나눔의 원칙은 흔히 말하는 ‘Give and Take’가 아니다. 참된 나눔은 give 다음에 쉼표를 넣은 ‘Give, and Take’다. 쉼표의 유무로 뜻의 차이가 크다. 쉼표를 넣으면 ‘주어라, 그리하면 받게 된다’는 의미가 된다. 이것은 단순히 주고받음의 의미를 뛰어넘는다. 사람들은 먼저 주는데 인색하다. 대가를 바란다. 그러나 대가를 바라기보다 먼저 줘야 한다. 그러면 반드시 더 많이 돌아온다. 우리는 쉼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다.

35년째 사용하고 있는 조그마한 철제저금통이 있다. 작은 나눔을 위해 이 저금통에 매달 10만원씩 모아 30년 동안 가난한 이웃을 위해 사용했다. 지금은 하루에 1만원씩 출근할 때마다 넣는다. 저금통이 다 차면 동남아 구순구개열(언청이) 수술 지원 프로그램에 후원한다. 1인당 250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사무실의 모금함과 합하면 1년에 1200만원 정도 모여 한해 동안 4~5명의 아이들 수술을 지원할 수 있다. 작은 나눔이 큰 희망을 만들고 나눔을 받은 자들이 다시 나눔을 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나눔’과 ‘섬김’이라는 삶의 지향점을 갖게 된 계기는.

“너무도 가난해 불행한 과거가 있다. 아버지가 밀항선을 타고 일본에 가서 어쩔 수 없이 외가에서 더부살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없는 살림이라 굶는 일도 많았다. 다섯 살 때 당시 두 살이던 동생은 영양 실조에 걸렸다. 어느 날 어머니가 고기를 구해와 저와 동생에게 먹이셨다. 저는 다행히 소화를 시켜서 살아났고 동생은 소화를 시키지 못해 결국 죽고 말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고기는 쥐고기였다. 당시 50마리 정도는 먹은 것 같다. 

이 같은 아픔을 겪어봤기 때문에 나눔의 필요성에 대해 잘 아는 것이다. 또한 밑바닥부터의 삶을 이해할 수 있고 그들과 나눔을 같이하려는 것이다. 특히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자, 사회적 지위가 높은 자들이 나눔을 하는 데 있어 솔선수범하길 원한다. 언제나 서로를 위하는 삶을 살고 봉사를 통해 감동을 주는 삶을 추구하고 있다.”

-이 시대 바람직한 리더십은.

“예전에는 백성을 다스리는 통치의 논리였다면 지금은 백성을 섬기는 친민의 논리가 맞다. 더욱이 자본주의 논리상 갈등의 폭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민들을 섬기지 않고 배려하지 않으면 리더로서의 자격이 없을 것이다. 

최근 안철수 신드룸이 생긴 것 역시 이 같은 요구의 방증이다. 안철수에 열광하는 20~40대의 행보도 일리가 있다. 국민들을 위해 일할 수 있고 약한 자를 보호, 더 나아가 봉사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존 리더들에 대한 불신은 희생하지 않고 나누지 않았던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


결국 시대가 원하는 자는 희생과 봉사를 하는 사람이다. 약한 자를 위한 장을 만들고 그것을 위해 가야 한다. 남을 섬길 줄 아는 자가 돼야 한다. 분명 지금과 다른 바뀜이 필요하다. 

공항에 가서 막무가내로 귀빈실을 찾고 특실을 요구하는 사람이 아닌 기부 문화를 확산하는 사람, 머리에서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가슴으로 대화할 줄 아는 사람, 상대방의 실체를 인정(다름을 인정)하고 소통하는 사람 등이 필요한 때다.”

-향후의 활동 계획은.

“한국세무사회 회장 재임 시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군부대를 비롯해 기업체, 경찰서, 지자체 등에서까지 강의 요청이 쏟아진다. 대부분의 강의 내용이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제로 한다. 앞으로도 예정된 강의가 많다. 주 1회 이상있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내년초에는 전 미주상인회 초청 특별 강연도 예정돼 있다.

천안함재단 이사장 외에도 현재 석성1만사랑회, 석성장학회를 비롯해 부부 치유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대학원 이사장 등 4개의 이사장을 맡고 있어 앞으로 더 바쁠 것 같다. 하지만 힘들지는 않다. 내 인생관을 실천하는 어쩌면 강의 주제인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실천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He is.

조 이사장은 경남 진주 출생으로 공직자들 사이에서는 ‘9급 공무원의 신화’로 불린다. 지난 1966년 3월 국세청 개청 당시 9급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이후 승진을 거듭, 대전지방국세청장을 거쳐 2004년 명예퇴직하기 전까지 38년간 세무공무원으로 근무했다. 지난 2007년에는 전국 9000여명의 세무사로 이뤄진 한국세무사회의 25대 회장으로 선출됐고 2년 뒤 연임됐다. 현재 석성 세무법인 회장, 천안함재단·석성1만사랑회·석성장학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신현우 기자 hwshin@asiatoday.co.kr>


기사원문(아시아투데이) : http://www.asiatoday.co.kr/news/view.asp?seq=565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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