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초대석]세무법인 석성 조용근 회장

나눔의 달인, 이번엔 '1만사랑회'

◆…세무법인 석성 조용근 회장(사진 왼쪽)과 조세일보 황춘섭 대표(사진 오른쪽)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세무법인 석성의 조용근 회장만큼 '퍼주기 좋아하는 사람'도 드물다. 넉넉한 풍채와 푸근한 미소로 타인을 무장해제 시켜버리는 그는 국세청 말단 공무원이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다양한 방식의 '나눔'을 실천해왔다.

부모님의 성함을 딴 '석성장학회'를 설립해 어려운 학생들의 학업을 돕는가 하면, 굶주린 캄보디아와 미얀마 아이들을 위해 무료급식소와 학교를 지어주기도 했다.

그가 일군 나눔의 흔적은 일일이 거론하기가 벅찰 만큼 다양하다. 이처럼 '나눔과 섬김'을 인생의 모토로 한 그가 얼마 전 '석성 1만사랑회'를 만들어 독거노인과 중증 장애우의 자활에 팔을 걷어붙였다.

나누는 삶의 기쁨은 어떤 것일까? 지난 인생을 돌이켜보면 매사가 '기적'이었다고 말하는 조용근 회장을 만나 아주 진한 사람냄새와 함께 특별한 따뜻함을 느껴봤다.

(대담: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 정리: 장혜정 기자, 사진: 김용진 기자)

◇세무법인 석성 회장을 필두로, 천안함 재단 이사장, 석석장학회 회장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무척이나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을 것 같은데.

☞ 세무사 회장 임기가 끝나서 좀 한가해질 줄 알았더니 그 자리에 다른 일들이 파고들더라. 도리어 더 바빠졌다.(웃음) 지난 2010년, 천안함 재단 이사장직을 맡게 되면서 요즘 군부대마다 강의를 나간다.

국가 안보나 병역문화 개선에 대한 주제로 강의를 하는데 반응이 퍽 좋다고들 한다.(웃음) 아무래도 쉽고 재미있는 사례를 들어 설명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울러 매주 화요일에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국군의 방송(FM 96.7 MHz) '청년백서' 코너를 진행하기도 한다.

젊은 청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인데, 방송을 하다보면 오히려 내가 더 힘을 얻는 것 같다. 말로써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일이 참 즐겁다.

◇ 청년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면

☞ 나는 어느 조직이든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가까운 사람을 기쁘게 하면 먼데 있는 사람도 찾아온다'는 뜻으로 그만큼 곁에 있는 사람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소통을 하려면 먼저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나는 장병들에게 '~구나(군요) 화법'을 권한다. '그랬었구나', '네가 힘들었구나' 처럼 '~구나'나 '~군요'로 끝나는 말은 상대방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다.

과거나 현재 할 것 없이 군에서 불미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는 것도 생각해보면 자신의 입장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 아니겠는가.
 
◇ 천안함 재단 이사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가

☞ 천암함 재단 이사장으로서의 첫 번째 사업 목표는 국민들의 느슨해진 안보의식을 다잡아주는 일이다. 현재 청년들에게 안보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알림과 동시에 안보의식을 높이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들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면 백령도 1박 2일 체험이나 1일 체험으로 현충사를 거쳐 평택의 서해 수호관을 관람하는 등의 대학생 및 청소년 무료 안보 체험코스 프로그램 등이다.

국세청 공무원 출신답게 재단 이사장으로서 재단을 깨끗하고 투명하게 운용하겠다는 각오도 단단하다.

나를 이사장으로 추대한 것도 다 그런 뜻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역시 국세청 출신 공무원들이 과연 다르구나 하는 신뢰감을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알려졌다시피 천안함 재단은 지난 2010년 천안함 사태가 벌어진 직후 국민들이 직접 보내온 성금으로 설립됐다.

국민들의 정성이 담긴 귀한 성금을 함부로 쓰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나는 법인 카드조차 쓰지 않는다. 순수하게 자원 봉사자의 마음으로 관리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또 인터넷으로 재단의 재정 운영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 것도 모두 한 점 의혹 없이 청렴하게 이사장직을 수행하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 기부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18년째 '석성(石成)장학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요즘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가

☞ 석성장학회는 1994년 내가 서울국세청 조사관리 계장이었을 당시 설립했는데, 84년 말 부친이 남긴 5000만원이 종자돈이 됐다.

현재 기금이 약 17억 정도인데 세무법인 석성의 매출액 1%와, 여기저기서 받은 강의료, 지인들로부터의 기부금을 모두 합쳐 장학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사재 3억을 털어 넣기도 했다.

참고로 장학금은 대학생은 100만~200만원, 고등학생 60만원, 중학생 50만원으로 차등적으로 지급하고 있는데, 94년부터 지금까지 약 1500명의 학생에게 13억가량의 장학금을 지급해주었다.

장학생 선발은 일반 학생의 경우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지급하고 국세청 자녀의 경우에는 국세청에 의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선발 기준은 성적우수학생보다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우선적으로 선발한다.

'석성'(石成)이란 명칭은 부모님의 이름 가운데 자를 하나씩 따서 만들어졌다. 그 상징성 때문인지 내게는 집안의 보물처럼 정말 귀하게 느껴진다.

◇ 석성장학회를 운영하며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 셀 수 없이 많다. 장학금을 받고 나서야 돌아가신 아버지가 국세청 공무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학생도 있었고, 장학생 아버지 중에 자신이 국세청 조직원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분도 계셨다.

내가 지독한 가난을 겪었기 때문에 어려운 이웃들에 대해 늘 연민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곳에 계셨던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조그마한 단독주택을(5000만원 상당) 남겨주셨고, 그걸 처분한 돈을 활용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학업을 돕고 있다는 점에서 늘 마음이 뿌듯하다.

◇ 최근까지 계속해서 활발한 해외 봉사활동을 펼쳐간다고 들었다

☞ 2008년 세무사 회장으로 재직했을 당시 미얀마 양곤에 스나미가 덮쳐 10만 명이 사망했다. 그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에 십여 년 전부터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교민에게 1만달러 정도를 보내겠다고 제안했더니 일시적 경제적 원조보다는 아이들이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무너진 학교를 새로 세워주는 일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사회의 결정으로 2만5000달러를 들여 학교를 지어줬다. 교육만큼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자 학교 건립 사업을 멈출 수가 없었다. 세무사회가 아닌 석성장학회에서 이를 이어받아 지난 1월 벌써 4번째 사랑의 학교를 세웠다.

학교가 들어설 때마다 미얀마 아이들이 무척 기뻐한다. 그래서 현지 교육감이 나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우서디가'라는 미얀마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다. 이는 많은 사람에게 많은 것을 나누어주는 존귀한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지난 2010년 11월에는 세무법인 석성의 창립 5주년을 기념해 지인들의 일부 도움과 함께 사재 5000만원을 들여 캄보디아 톤네샵 지역의 수상 빈민촌에 무료 급식소를 지어 기증했다. 열 살 미만의 어린이 1000명 정도가 식사를 할 수 있는데, 그곳에서 태권도, 컴퓨터 교육도 함께 이뤄진다.

◇ 학교 기증 사업 외에 미얀마에서 펼쳐가고 있는 사업이 더 있지 않은가

☞ 그렇다. 미얀마는 수질이 좋지 않아 늘 식수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지난 1월 1만달러를 들여 직접 우물을 파줬다. 또한 미얀마에 있는 한국대사관을 통해 매년 '한국형 새마을 지도자 양성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장학생은 주로 양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들로서 1인당 500달러씩 총 20명에게 돌아간다. 그들은 한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늘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장학금을 받은 대학생들은 향후 한국과 미얀마에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해외활동을 하며 특별히 느낀 점이 있다면

☞ 미얀마의 양곤 시내에 가면 무려 72톤 상당의 금으로 만들어진 부처상과 템풀이 있는데, 어느 누구도 부처상에 붙어 있는 금붙이에 절대 손을 대지 않는다. 현세에서 도둑질을 하면 내세에 가서 꼭 갚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심지어 부정을 저지른 권력자들이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살고 있는 이유가 전생에서 선행을 베풀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불교의 윤회 사상에서 비롯된 이 같은 사고방식 때문에 국민소득이 500달러에 불과하지만 행복지수만큼은 95%가 넘는다.

풍족한 여건 속에서도 자살율 1위, 이혼율 1위와 같은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와 대비되는 부분이다.

나는 이것이 상대적인 불공평 탓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 대한 치유를 전문으로 하는 대학원 대학교를 만들어 좀 더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어보고자 '학교법인 살림동산학원' 설립허가를 받았다.

내년부터 50명 정도의 대학원학생이 수업을 받게 될 텐데 나는 재단이사장을, 이 분야 창시자인 정태기 박사가 총장을 맡게 될 것이다.

◇ 98년에 시작한 밥퍼 봉사활동은 계속하고 있는가

☞ 물론이다. 요즘도 한 달에 2~3차례 꼭 밥퍼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2007년부터는 명예본부장을 맡아 최일도 목사와 함께 좀 더 많은 '나눔'을 모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석성 방앗간'을 세웠다. '밥퍼'에 식사를 하러 오시는 독거노인들은 그나마 거동이 자유로운 분들이지만, 쪽방에 누워계시는 중증 독거노인들은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받기가 힘들다.

그분들에게 떡을 만들어 드리면 좋겠다 싶어 '석성방앗간'을 지었다. 방앗간은 답십리 다일 천사병원 1층에 있는데 이곳에 들러 많은 어르신들이 떡을 받아 가신다. 좋은 뜻으로 쌀을 기부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큰 힘을 얻고 있다.

◇ 석성장학회에 이어 석성1만사랑회를 열었다고 하던데

☞ 석성1만사랑회는 장애인 지도자를 양성해 중증 장애인의 자활을 돕고자 하는 뜻으로 설립됐다. 사실 중증 장애인 중에는 방안의 전등불조차 끄고 켤수 없는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음성으로 불을 끄고 켤 수 있는 음성 센스기를 마련해준다던가, 2년에 한 번씩 전동휠체어의 배터리를 교환해주는 등의 실질적인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젊은 청년들로 하여금 현장에 가서 직접 장애인들을 돕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 중에 있다.

현재는 지도자 양성 과정의 커리큘럼을 만들고 있는 단계이다. 1만 명이 한 달에 1만원씩 모으고자 하는 뜻에서 석성1만사랑회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벌써 800명이 넘는 분들이 힘을 보태주고 있다.

여기에 내가 받는 강의료와 이사회 참석 교통비 등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수입을 모두 석성 1만사랑회에 쏟아붓고 있다.

◇ 철제 저금통 기부로 유명세를 탔다. 요즘 저금통 기부금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나

세무법인 석성 조용근 회장☞ 말단 공무원이던 30년 전부터 이 철제 저금통에 매일 조금씩 돈을 모아 어려운 학생들을 돕곤 했다. 요즘도 출근 도장을 찍듯 하루에 1만원씩 넣고 있는데 한 달이면 20만~30만원쯤 된다.

여기에 저 상담자 테이블 위에 있는 상담용 저금통까지 합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 모인다.(웃음) 이렇게 모인 금액은 전액 석성1만사랑회로 들어간다.

◇ 기부에 대한 정의를 내리자면

☞ 기부는 중독이다. 처음 한두 번이 어렵지 자꾸 하다보면 중독이 되고 만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기부는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나중에 나이가 들면... 하지만 나는 돈이 많아서 나눌 수 있었던 건 아니다.

흔히 'Give and Take'(주고받기)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나는 여기에 콤마(,) 하나를 추가해 'Give, and Take'(먼저 주라, 그러면 받을 것이다)의 정신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또 하나 기부는 전염성이 있다. 처음엔 내 기부활동에 대해 '국회의원을 염두에 두고 저러는 것이 아니냐'는 식의 곱지 않은 시각이 있었지만 몇 년이 흘러 나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난 뒤에는 오히려 동참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무엇보다 선한 기운은 널리 퍼지게 마련이다.

◇ 국회의원이 거론된 김에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총선 출마설에 대한 정확한 입장은 무엇인가?

☞ 나는 공무원의 성향과 정치인의 성향은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게 주어진 재능은 정치와는 좀 거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구체적으로 어떤 제안이 들어온 것도 아닌 상황이지만, 내가 자원해서 정치를 하는 일은 없을 듯싶다.

다만 기존 국회의원들이 갖고 있는 딱딱하고 고루한 선입견을 바꿔달라는 뜻에서 적극적인 제안이 온다면 이런저런 상황들을 고려해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세무직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대전국세청장까지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 간혹 나에게 성공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아직 내가 성공했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부족하기 짝이 없는데 오늘 이 자리까지 와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늘 '범사(凡事)에 감사하자'는 말을 나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인생의 순간순간이 기적이었다. 운 좋게 공무원이 돼서 운 좋게 명예퇴직을 하고 또 운 좋게 소신껏 봉사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던 일도 모두 기적이다.

평범한 일상을 늘 특별하게 여기고 그 가운데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기울였던 것. 그것이 오늘의 나를 만들지 않았을까 한다.

[조세일보] 장혜정 기자 : hjjang@jose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