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술 접대엔 후하지만 문화 접대엔 여전히 인색했다. 최근 5년(2011~2015년) 동안 접대 목적으로 기업들이 쓴 돈은 45조원을 넘어섰으나, 문화접대비 명목으로 지출한 액수는 전체의 1%도 되지 않았다.

23일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법인접대비 및 문화접대비 신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법인들이 최근 5년 간 지출한 접대비 총액은 45조4357억원이었다.

기업의 접대비 지출은 2011년 8조3535억원에서 2012년 8조7701억원, 2013년 9조68억원, 2014년 9조3368억원으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한해에는 10조원(9조9685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상태다.

반면 같은 기간 법인이 사용한 문화접대 지출액은 고작 277억원이었다. 문화접대비는 2011년 49억원, 2012년 45억원, 2013년 45억원, 2014년 48억원이었다. 지난해엔 90억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화접대비란 기업이 접대를 위해 공연이나 스포츠·전시회 관람 등으로 사용한 비용을 말한다. 정부는 건전한 접대문화를 조성하고 문화 분야 신규 수요를 창출한다는 차원에서 2007년부터 문화융성 목적으로 사용한 돈에 대해 추가로 접대비 한도액의 10%까지 기업 비용으로 인정하고 있다.

작년 이 손금산입 한도를 10%p 높이는 조치도 추가적으로 이루어지는 등 지원폭이 향상됐다. 바꿔서 말하면 10조원 수준의 법인접대비 중 2조원 가량의 문화접대비가 문화·예술 분야에 흘러갈 수 있도록 통로가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문화비 지출액이 전체(법인접대비)의 1%대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유흥위주의 접대문화에 대한 기업의 인식에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선심성 퍼주기식 세제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특히 문화접대비 신고금액이 아예 없는 법인의 수도 늘고 있다. 2011년 35만1944개에서 2012년 48만1860개, 2013년 51만6950개, 2014년 54만9456개, 2015년 59만599개였다. 지난해 기준으로 법인접대비를 신고한 전체법인(59만1694개)의 0.2%(1095개)만이 문화접대비를 사용했다.

상위 10대 기업의 문화접대비가 57억원으로, 전체 지출액(90억원)의 63%를 차지했다. 1095개 법인 가운데 694개의 법인의 문화접대비를 100만원 이하로 사용했다. 실제로 문화접대비를 일정 수준 이상 활용하는 기업의 수는 400여개 정도에 그치는 수준인 셈이다.

심재철 의원은 "문화접대비 지출이 적은 것은 여전히 유흥위주의 접대문화에 대한 기업의 인식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라며 "접대는 곧 유흥이라는 접대문화 인식개선, 문화콘텐츠 접근성 강화, 실효적 제도 보완 등 문화접대가 더욱 활성화된다면 내수 진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